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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전쟁과 평화 - 조직개발 전문가의 전략

2022/02/17

1. 전쟁! 전쟁 속에 피는 일상

“청년이여, 내 젊음을 테스트하고 싶다면 시베리아 대륙을 횡단하는 열차에 몸을 실어라”



어느 유명인의 에세이집에서 이런 구절을 읽었다. 그 유명인이 전하고자한 뜻은 인생이 대륙횡단 열차를 타는 것 처럼 지루하고 더딘 여정을 견디는 것이고, 젊은 시절 그 여정의 프로로타입을 맛보는 것도 좋으리라는 추천이었다. 조금의 인생을 경험하고 다시 생각해본다. 과연 그 여정을 청년의 입장에서 여정이라고 받아들이기 쉬울 것인가. 인생을 오래 경험한 노련한 분들이 돌이켜보며 여정이라 정리해주는 것과 아직은 그 여정에서 작은 충돌과 소소한 이벤트를 경험하면서 눈앞에 닥친 것들을 해결하느라 급급한 일들이 여정이라 여길 수 있을까. 나는 오히려 그 당시, 당사자에게 일상은 전쟁일 수 이고, 그것을 지나면 여정이었다고 자신의 기억을 정서적으로 윤색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더 그럴듯하지 싶다.


전쟁이라는 무거운 말을 언급하는 이유는 삶의 팍팍함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만나는 안온하지 못한 일상에 붙여주는 이름표 같은 메타포로 쓰려는 이유에서이다. 조금 다르게 보자면 전쟁이 있기에 일상의 소중함을 더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고, 또 전쟁이 생생한 살아있음의 증거라는 측면을 짚어보려 한다. 특히 조직에서 만나게 되는 전쟁에 대하여 이야기해보려 한다.


소설 읽기로 대륙횡단을 한다면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선택해보라 하고싶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우리말로 직역하면 ‘전쟁과 일상’에 더 가까운 의미가 된다고 한다. ‘전쟁과 평화’느 전쟁 장면과 일상 장면을 교차하여 서술하고 있다. 그런데 서술이 너무 방대하고 길어서 속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다 읽으면 곰도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너무 길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흥미진진함이 없지 않은데도 그러하다. 조직 속에서 우리도 흥미롭고 짜릿한 질주와 더불어 함께 해내는 즐거움과 질시, 경쟁과 다툼을 함께 경험한다. 그렇다고 매일이 전쟁인 것은 아니다. 톨스토이의 소설처럼 전쟁과 일상이 교차로 일어난다. 그 속에서 만나기도, 헤어지기도, 가족이 만들어지기도, 새로운 곳으로 옮겨가기도, 나의 성장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다만 일상보다 전쟁이 더 강력한 기억을 남기기에 삶은 전쟁처럼 각인된다.



2. 전쟁은 건강하다.

조직개발 현장에 있으면서 갈등해결에 대하여 종종 의뢰를 받게된다. 조직개발 현장의 프로젝트와 간단한 문제해결의 장면에서 만나는 대부분 조직의 주인공들은 자기 조직을 전쟁터로 묘사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격렬한 전투를 맞닥뜨린 장면이 바로 갈등을 마주한 장면이 되는 것이다. 갈등관련 프로젝트나 의뢰건을 만나게 되면 조직개발 컨설턴트는 매우 집중된 그야말로 경청을 하게 된다. 이 때가 조직개발 컨설턴트의 기본 기술인 탐색적 경청이 발휘되어야 하는 순간이다. 그것은 의뢰자와 의뢰자 조직의 구성원들이 생각하고 믿고 있는 바에 대한 것을 잘 탐색하는 듣기이다.



이 듣는 대화에서 해결의 많은 실마리를 만나게 된다. 의뢰자는 개선과 해결을 기대해서 외부 전문가를 불렀지만 좌절과 절망의 기운이 얼굴에 가득하고, 의뢰는 하고 있지만 별다른 답이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 표정에 들어찼다. 신기하게도 이때 의뢰받는 컨설턴트들은 의뢰자와 조금 다른 것을 생각하게 된다. 의뢰자의 이야기를 잘 들고 탐색하고 질문하여 이 컨설턴트들이 얻는 것은 이 조직과 구성원의 진짜 상태와 진짜 모습(authentic state)에 대한 것이다. 이것은 아프고, 상처받고, 힘든 상태를 인정하면서도 그 조직과 구성원들이 가지고있고, 잘하고, 원하고, 가능성있는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조직개발의 관점이 건강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사람과 조직을 긍정적으로 바라 볼 뿐만 아니라 그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의외로 전쟁은 사소한데서 출발한다. 사소한 다름과 사소함 이익의 추구에서 더 큰 다름과 더 큰 이익의 추구를 주장하는 흐름으로 눈덩이 굴리듯 키워가는 흐름을 타게된다. 전쟁의 종식도 사소한 이유를 발견하는데서 시작된다. 갈등해결의 장면은 이해하고 싶지 않고, 언급하고 싶지 않은 나와 너의 사소한 다름, 내가 또는 너가 추구하는 사소한 그 이익에 대하여 이해하는데서 시작된다.


다름, 다툼, 갈등을 두려워할 수 있지만, 배제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정서가 일으키는 통제되지 않는 결과가 두려워서 정서를 소멸시켜 버리자고 하는 것과 같은 아쉬운 일이 될 것 같다. 조금 다르게 바라보자면 조직에서 만나는 이런 전쟁같은 일상은 우리 조직이 나와 나의 동료들이 건강하고, 의욕있고, 잘 해보려는 의지로 가득한 건강한 사람들이라는 증거일 수 있다. 이것이 제대로 건강해지려면 그 방법에 대하여 그들이 가지고 있는 현명함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지 못한 부분은 없는가, 어떻게 더 현명하게 추구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인가, 그 고민이 필요한 시점으로 이해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달라진 것은, 상황이 아니라 내 관념 속의 변화이다. 내가 전쟁이라고 이름 붙인 현상이 사라졌으니 전쟁은 없어진 것이다. 이해하고 깨달은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관점 전환의 평화이다.



3. 건강하기 위한 전략

전쟁도 건강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논리에 조금이라도 동요되었다면 우리 각자의 삶의 자세로 돌아가보자. 나는 어디서 일하고 있고,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나는 어떤 역할을 해야하고 어떤 도움을 받고 주어야 하는가.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분이 개인이나 조직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다면, 조직 내부에 있든 외부에 있든 위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역할이 중요하다. 그 역할을 하고 있는 분이라면 조금 더 잘 돕기 위하여 한가지 더 공유하고 싶다.


앞서 이야기한 갈등해결의 장면으로 가보자. 갈등이 거세서 처음에는 서로 대화하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사람들은 해결을 위해 모여앉았지만 차가운 기류만 감돈다. 이 해결의 과정은 그 공간에 앉아있는 누구라도 분명하게 알아차릴 만큼 시베리아 대륙 횡단 열차처럼 끝나지 않을만한 여정으로 느껴진다. 전개가 너무 느려서 숨이 막힐 것 같고 일부가 좌절하는 한숨을 흘린다. 숨을 참고 참는 대화가 가늘게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문들 알 수 없는 기승전결의 변곡점이 한순간에 일어난다. 이런 기류의 변화는 어떤 개인적이고도 집단적인 이해와 깨달음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후속 대화가 어떻게 될까. 갈등상황에서 왜 그 때 그렇게 하지 안그랬냐는 원망이나 아쉬움에 대한 대화가 이어질 것 같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만나는 모습은 조금 달랐다.


“ 우리는 훌륭하다. 우리는 잘 해 왔었어.

너 그거 너무 잘하더라. 고생많았겠다. 대견하다. 대단하다.

그런 줄 몰랐다. 나만 힘든 줄 알았다. 그걸 내가 말 못했다. 미안하다.

우리가 같이 하면 더 잘 할거다.

이제 괜찮다 ”



현장의 이 고백과 화해의 언어 속에서 진짜 갈등해결, 진짜 전쟁의 종식에 대한 핵심을 보게된다. 결국 해결은 ‘인정과 존중’이다. 이해가 그 징검다리를 놓고 인정과 존중으로 건너가는 것이다. 그 존재에 대하여 가능성있고 지혜로운 존재로 바라보는 것은 기본이다. 전쟁은 기본으로 시작해서 기본으로 끝난다.


내가 조직을, 조직의 구성원을 돕고있는 전문가라면 더욱 그 핵심을 같이 가져갔으면 좋겠다. 우리가 의뢰받는 일에 대하여 그 조직과 구성원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가 정리를 잘 하고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를 만나는 담당자와 의사결정권자가 그 두려운 과정에서 안전함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현장의 그들이 더 그들답게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조직과 구성원을 돕는 당신이여! 내 성장을 가속하고 싶다면 세상이라는 대륙을 횡단하는 조직과 구성원을 건강하게 바라보는 열차에 몸을 실어라”



원문 https://brunch.co.kr/@seojinnam/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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